238. 덕진동(德津洞)
德津三月柳如絲 삼월의 덕진은 수양버들 늘어졌고,
白首漁翁勸碧卮 흰머리 난 늙은 어부는 술잔을 권하네.
鎭舘緣何多變革 덕진 진관은 어떤 연유로 그리 많이 변했는가,
滿江水色似前時 강 가득한 물빛은 예전과 똑 같은데.
239. 모산(大母山)
大母一鬟氣積元 모산 꼭기에 원기(元氣)가 쌓여서,
諸峯羅立似兒孫 여러 봉우리 늘어선 모습 자손인 듯 하여라.
昇平世世初更燧 태평한 시절에는 초경 봉화 올렸으니,
玉燭光輝耀殿門 옥등잔 불빛이 궐문을 밝혔었네.
240. 손돌목(孫石項)
孫石荒墳倚斷阿 손돌의 황량한 무덤이 절벽 위에 있는데,
舟人指点酹而過 뱃사람 그곳 가리키며 술 따르고 지나가네.
年年十月寒風至 해마다 시월 되면 찬바람이 불어오니,
知是冤魂激激波 원혼이 격렬하게 물결쳐서 그러는 것이려니.
241. 손장군(孫將軍)
卉寇何年到窄梁 오랑캐가 어느 해인가 착량에 들어와서,
許多戰艦夜烟光 수많은 전함에서 밤에 불을 밝혔었네.
可憐孫將隨流矢 가련하다 손광유 장군 화살에 맞았으니,
滿岸丹楓落落霜 강 언덕 단풍잎 지고 서리가 내렸도다.
242. 광성동(廣城洞)
東風東望廣城墩 동풍 맞으며 동쪽으로 광성돈을 바라보니,
殘堞危譙海雨昏 허물어진 치첩과 높은 초루는 비에 젖어 밤을 맞네.
窃想堂堂魚節制 당당했던 어재연 절제사를 생각하노니,
弟兄同日作忠魂 형제가 같은 날에 충성 영혼 되셨네.
243. 광성진(廣城津)
春風來到廣城樓 광성보 누각에 봄바람 불어오는데,
津吏迎吾指海洲 나루지기 나를 맞으며 바다섬을 가리키네.
三兎三龍三蛇字 묘시 진시 사시의 삼자시가 있으니,
知潮有信可行舟 물때를 잘 알아야 배가 갈 수 있다네.
244. 신현동(新峴洞)
新峴來聽韓友琴 신현리에서 듣노라 친구 한씨의 거문고 소리,
高山流水自然音 높은 산 흐르는 물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였네.
挑燈半夜悠悠語 등불 돋우며 한밤중까지 정담을 나누었으니,
四十年來共一心 사십 년 이어 온 마음 맞는 친구였네.
245. 넙성동(芿城洞)
具門世築芿城中 구씨 가문 넙성리에 를 이어 사는데,
現使今人想古風 오늘날 우리에게 옛 풍모를 생각게 하네.
楣上紅旌兵判字 문 이마의 정려 글씨 병조판서 쓰였으니,
海天星日貫貞忠 바다 하늘 해와 별에 충정으로 통했네.
246. 둔랑촌(芚浪村)
芚浪村中朴列墻 둔랑촌엔 박씨 담장이 열 지어 있는데,
勤耕餘暇對書床 부지런히 밭을 갈고 시간 내어 책을 읽네.
指言銀杏峩峩樹 높다란 은행나무 가리키며 하는 말,
傍植先公小舍廊 작은 사랑방 옆에다가 선조가 심은 거라네
247. 오두동(鰲頭洞)
一村花樹列成庄 꽃나무로 동산 이룬 오두리 마을에선,
於讀於耕日月長 글 읽기와 농사일로 세월을 보내네.
最愛此中丹桂籍 그중에서 소중한 일은 과거에 급제한 일이니,
永承雨露放餘光 나라 은혜 길이 이어 큰 빛을 발하리.
248. 오두어화(鰲頭漁火)
碧鰲頭上白鷗翩 오두리 푸른 하늘에 백구가 날아오르고,
漁火如星海色鮮 고기잡이불 별처럼 빛나니 바다색이 선명하네.
認是權公開別墅 권율 장군 세운 별장 있음을 알게 하니,
疎松晩翠舊堂前 만취당 앞에는 큰 소나무가 서있네.
249. 오두동 평양조씨(平壤趙氏)
馬峯東走更回頭 마봉이 동쪽으로 흐르다 다시 머리를 돌린 곳에,
趙友居之起小樓 조씨 친구 거기 살며 작은 누각 지었네.
松山檜谷承承業 송산 회곡의 가업을 이어받아,
倚床先問野登秋 상에 기어 가을 수확 물어보네.
250. 사복포(司僕浦)
司僕浦中水漲橋 사복포 가운데에 물넘이 다리가 있는데,
早移秧色漸抽苗 일찍이 모를 내고 뽑아 심는 곳이라네.
靜聽農老勤勞語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 노인의 말 들어보니,
旱必懸橰澇守潮 가물면 용두레 걸고 큰물 지면 조수 막아야 한다
251. 능촌동(陵村洞)
芳花山下古楸連 방화산 아래에는 조상 무덤들 나란하여,
省域三周更惕然 세 차례 둘러보자 다시금 숙연해져.
寄語近塋諸益友 선영 부근 벗들에게 말을 전하노니,
同心守護萬千年 천만년 지나도록 같은 마음 지키세.
252. 능촌(陵村)
銀杏樹前532)細柳涯 은행나무 아래 버들 늘어진 물가에,
三韓章甫舊居家 한씨 성의 세 선비가 옛집에 살고 있네.
逢言前日同門誼 동창생의 우정을 만나서 얘기하는데,
薇雨書窓爛熳花 서재 창밖 비 맞은 장미가 꽃을 만발 하였네.
253. 고잔동(高盞洞)
草堂村裡竹農家 초당촌 안에 있는 죽농 선생 에서,
話舊談新日欲斜 옛 이야기 요즘 이야기 하면서 해가 저물어가네.
早識眞工傳世世 참된 공부 일찍 알아 로 전하니,
滿架書香摠是花 서가에 가득한 책이 모두가 꽃이로세.
254. 지천(芝川535)
芝川一曲向東流 지천이 한 번 굽어 동쪽 향해 흐르는데,
羅列家基小洞幽 작은 마을 그윽한 곳에 나씨 집들 모여 있네.
三十年前書榻上 30년 전부터 있어온 책상 위에서,
慇懃月色訂前遊 은근한 달빛이 옛날 교유 일깨워주네.
255. 곶내동(串內洞)
世世崔居串內洞 곶내동에 로 살고 있는 최씨 가문,
童蒙敎授兩旌門 동몽교수 그 집안에 정려문이 두 개 섰네.
朝耕暮讀承承業 아침 밭갈이 저녁 독서가 를 이은 가업이라,
勉使兒孫覺有源 자손들에게 연원이 있음을 깨닫도록 면려한다네.
256. 두두촌(斗頭村)
四月淸風返舊居 4월의 맑은 바람 맞으며 옛집에 돌아오니,
終頭至尾摠如如 머리(頭)부터 꼬리(尾)까지 모두가 한결같네.
倚窓坐讀江都賦 창가에 기 앉아 강도부를 읽다가,
呼覓楮毛更一書 종이와 붓을 가져다가 다시 글을 쓰노라.
발문(跋文)
무릇 읍지(邑誌)는 예로부터 있어 왔다. 그 고을의 사적을 기록하 여 후세에 남김으로써 무궁토록 잊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하물 며 강도(江都)는 선비의 고향으로 고려의 도읍지고, 학문이 번성한
곳이 아니었던가. 심덕부 선생의 충의를 좋아하고, 김상용 선생의 의를 흠모하 는데, 그 유풍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이 고을의 선비로서 어찌 개탄 해마지 않겠는가. 생각하건 나의 할아버지뻘 되는 화남(華南) 선생은 이러한 걱정을 더욱 심하게 하셨던 것 같다. 1906년 병오년 봄에 강화부 산천을 일람하고 돌아와 그 략을 기 록하고 나에게 그것을 익히게 하다. 내가 그것을 몇 년에 걸쳐 읽 어보니 강화부 산천의 유래와 사적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하다. 이에 책을 더럽힌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붓을 들어 책의 끝에 적는다.
1909년(융희3, 기유) 겨울 구창서(具彰書) 근지(謹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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