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정포동(井浦洞)
客馬來尋井浦樓 말을 탄 나그네가 정포 누각 찾아가니,
鎭雲散盡海長流 진보 구름 흩어지고 바다는 멀리 흐르네.
却推許老詩中意 허씨 노인 지은 시의 속뜻을 생각하니,
城月光輝又一秋 성터의 밝은 달빛 속에 또 한해가 지나가네.
177. 외주동(外州洞)
幽谷橫斜是外州 깊은 골짝 비스듬히 외주(外州) 마을 있는데,
門前南出一貂頭 문 앞에 남쪽으로 초피산이 솟아 있네.
宋金兩姓連書屋 송씨·김씨의 글방이 나란히 있으니,
各採紅蓮玉漵秋 각 집안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네.
178. 항주(項州)
項州洞口問星田 항주동 입구에서 별밭을 방문하니,
牟麥春光上下連 보리가 봄볕 속에 위아래로 연이었네.
申老閑眠桑樹下 신씨노인 뽕나무 아래 한가로이 졸다가도,
時呼穉子讀靑篇 어린아이 공부하라고 때맞추어 소리치네.
179. 낙인동(樂仁洞)
國賜峯前王訪村 국사봉 앞쪽에 왕방촌이 있는데,
世居全氏向陽門 전씨들이 양지쪽에 로 살고 있네.
丹花仙籍黃金印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관직 올라가니,
觀海眞工自有源 관해공의 참된 공부 스스로 근원이 있었네
180. 흥천동(興川洞)
岐巖山下是興川 기암산 아래에 흥천 마을 있는데,
短竹疎松繞宅邊 작은 와 성근 소나무가 집 주위에 둘러있네.
大冶爐頭金躍否 커다란 쇠가마에 쇳물을 끓이니,
犂商鼎賈若紛然 쟁기장수 솥장수가 분주히 다녀가네.
181. 산문동(山門洞)
山門洞倚碧山松 산문동은 푸른 소나무 숲에 의지하고 있는데,
漸覺泉聲瀉兩峯 양 봉우리 솟아나는 샘물소리 차츰 들리네.
灌入稻畦能免旱 논에 물을 댈 수 있어 가뭄 걱정 면하니,
年年相賀太平容 해마다 태평한 모습 서로서로 치하하네.
182. 존강동(存江洞)
存江洞口久停鞭 존강동 입구에서 오래토록 머물다가,
因坐南宮舊榻筵 남궁씨 옛 터전에 잠시나마 앉아보네.
溪柳庭花分植處 시내버들과 정원화초 나누어 심은 곳에,
淸風明月尙依然 맑은 바람 밝은 달은 아직도 의연하다.
183. 건평동(乾坪洞)
名是乾坪卽水坪 이름은 건평이지만 물 많은 수평인가,
滿堰春波灌稻粳 뚝에 가득 봄물 차니 논에 물을 기 좋다.
且畊且讀諸君子 밭 갈면서 책 읽은 이 모두가 군자이니,
聊得斯中一味淸 그러한 가운데서 맑은 기운을 얻는구나.
184. 장지포(長池浦)
長池春水漲東西 장지포 봄물은 동서로 넘쳐나고,
井浦乾坪築兩堤 정포와 건평에는 두 둑을 쌓았구나.
欹笠何翁投釣餌 삿갓을 쓴 어떤 노인 낚시 바늘 던져놓고,
白鳩飛去影高低 나는 백구는 그림자가 높았다가 낮아지네
185. 진강산 귀운(鎭江山歸雲)
鎭江山色碧如屛 진강산 산색은 푸른 병풍을 친 듯 하고,
片片歸雲錦繡形 흐르는 조각구름 비단에 수놓은 듯하다.
首智遺墟何處是 수지현 옛터는 어디쯤에 있을까,
造翁筆下影丹靑 조물주의 붓끝 아래 단청이 그려졌네.
186. 목장(牧場)
三百年前設牧場 삼백년 이전에 목장이 설치되어,
古稱此地馬多良 좋은 말이 많은 곳으로 오래 전부터 불려왔네.
盖聞伐代驄云者 듣건 벌총이라 불린 말은,
內廐嘶風獨異常 궁궐 마구간에서 울부짖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 았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