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거말동(巨末洞)
巨末洞前野水橫 거말동 앞에는 시냇물이 비껴 흐르고,
拍崖列屋夕烟生 뚝 가에 늘어선 집에서 저녁연기 피어오르네.
南望雲谷西廉坂 남쪽엔 ʻ백운곡ʼ 보이고 서쪽엔 ʻ염씨산판ʼ 있는데,
一浦農謳卽大淸 농요 부르는 이 포구가 청포라네.
10. 연동(烟洞)
烟洞村中最一門 연동 마을에는 훌륭한 가문이 있으니,
權都元帥奉祠孫 권율(權慄) 도원수의 봉사손(奉祠孫)이라네.
楣前敬讀丹旌字 문 이마의 정려 글자 경건하게 읽어보니,
世世風聲海岳尊 대를 이은 가풍 명성이 산과 바다만큼 존귀하네
11. 송공촌(宋公村)
徘徊因問宋公村 송연(宋淵) 선생 살던 마을 물어물어 찾아오니,
古木斜陽鳥自喧 해 저무는 고목 위에 새들이 지즐대네.
唯有墳塋知舊蹟 오로지 묘소만이 옛 자취를 알게 하니,
短碑半臥綠蕪原 작은 비석 반쯤 누워 풀 속에 묻혀 있네.
12. 독정촌(獨政村)
獨政村幽一谷回 한 골짜기 돌아들어 그윽한 독정촌엔,
鄭公去後孰爲臺 정유성(鄭維城) 공 가신 뒤에 그 누가 를 삼았나.
趙翁白髮欣迎我 백발의 조옹이 흔쾌히 나를 맞아,
云是遊人少往來 놀러오는 사람 왕래가 드물다고 말해주네
13. 남산동(南山洞)
欲尋花樹到南山 우리 일가 찾으려고 남산동에 이르니,
山下列茅流水間 산 아래 시냇물 사이 초가집이 늘어섰네
沈益安兄須共酌 심형과 안형이 술잔을 나누며,
舒談終日却忘還 종일토록 한가하게 얘기하며 돌아가길 잊었네.
14. 용당사(龍堂寺)
龍堂寺北卽龍津 용당사 북쪽이 곧바로 용진인데,
地古人稀草自新 옛 터엔 사람 드물고 풀만이 무성하네.
却憶當年桑下夢 그 옛날 이 절에서 자던 일을 생각하니,
已過三十七年春 어느 덧 37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15. 참경루(斬鯨樓)
斬鯨樓下水聲多 참경루 아래에는 물소리가 요란한데,
操習千軍摠去何 훈련하던 많은 군사 모두다 어디 갔나.
申使關防誰不憶 신(申) 통어사 나라 지킨 일 그 누가 잊으리,
斜陽撫釰一高歌 석양에 칼 어루만지며 한바탕 크게 노래하노라
16. 가리포(加里浦)
加里浦頭鷺欲眠 가리포 입구에는 백로가 졸고 있고,
背簑何老釣城邊 도롱이 쓴 어떤 노인 성둑에서 낚시하네.
李公亭築君知否 이공(李公)이 정자 세운 일 그는 아는가,
一小峯前四水田 작은 봉우리 앞에는 사방이 논이네.
17. 신당동(神堂洞)
神堂村口立移時 신당촌 입구에서 한참동안 서있는데,
柿葉桃花左右籬 감나무와 복숭아나무로 울타리 둘러쳤네.
知我禹翁今白髮 나를 아는 우공(禹公)은 백발이 되었으니,
十年面目却生疑 10년만에 만난 얼굴 그가 맞나 의심 가네.
18. 신지동(神智洞)
今之神智古神泥 지금의 신지동은 옛적의 신니동인데,
麗事如雲月影迷 고려 때 일이니 구름 속 달그림자처럼 희미하구나.
都監又何經劫火 도감은 또 어찌하여 화재를 겪었는가,
行人下馬意凄凄 말에서 내린 나그네 처연한 생각 드네.
19. 대문동(大門洞)
大門峴下路東西 대문고개 아래에는 동서로 길이 있고,
有屋相連傍碧溪 집들이 시냇가에 서로서로 이어있네.
最是具公登桂籍 단하도다 구공(具公)의 과거 시험 합격한 일,
暮年緋玉謝雲梯 만년엔 승진을 사양하고 관직에서 물러났네
20. 염씨산영(廉氏山塋)
廉氏山塋野水邊 염씨네 선영은 개울가에 있는데,
短松鬱鬱草芊芊 소나무 울창하고 풀들이 무성하네.
瑞雲北入龍興殿 상서로운 구름이 북쪽에서 용흥전에 들어오니,
世世宜承雨露天 하늘의 은혜가 로 이어지리.
21. 냉정동(冷井洞)
壽嶺東南冷井流 숫고개(壽嶺)의 동남쪽엔 찬우물이 흐르는데,
居人於此闢田疇 주민들 이곳에서 전답을 개간했네.
鄭金二雅知幽趣 정씨와 김씨가 고상함을 알아서,
時與前村野老遊 수시로 앞마을 노인들과 교유하며 지냈네
22. 선행동(仙杏洞) 충렬사(忠烈祠)
環州百水盡東之 고을을 휘감는 모든 물이 동쪽으로 흐르는 곳에,
砥柱屹然忠烈祠 큰 주초 높은 기둥 여기가 충렬사네.
二十一公無限恨 스물한 분 충신들의 끝없는 회한은, 鴨
江西北卽燕支 압록강 서북쪽의 청나라를 향해 있네.
23. 충렬사 안동인 김상용(安東人 金尙容)
捐身殉國金相公 육신 바쳐 순국하신 김상용 선생,
百世風聲鎭華東 백세토록 그 명성이 동방에 전해오네.
硝火南樓雷霆起 화약 쌓은 남문에서 우레 소리 일어나니,
穉孫微僕亦丹忠 어린 손자와 노비들까지 충성심을 보여줬네
24. 충렬사 벽진인 이상길(碧珍人 李尙吉)
金石貞心李晩沙 금석 같은 곧은 마음 만사 이상길 선생은,
耆英宿望著朝家 덕망 있는 원로로 조정에 이름이 높았는데,
西風一哭先生廟 西風 속에 선생의 사당에서 한 바탕 곡을 하니,
手劍光中海日紅 손에 든 칼 광채 속에 바다 해가 붉도다.
25. 충렬사 청송인 심현(靑松人 沈誢)
沈公大義篤宗祊 심현 선생 큰 뜻이 종묘에 돈독하니,
一語從容婦效貞 남편 말씀 순응하며 부인도 본받았네.
萬古綱常由是賴 만고의 기강이 여기에 의지했으니,
疏中字字淚縱橫 상소문 글자마다 눈물로 얼룩졌네.
26. 충렬사 파평인 윤전(坡平人 尹烇)
歷敭臺閣尹公心 각(臺閣)을 역임한 윤전(尹烇) 공의 마음씨,
曾以風裁動有箴 일찍이 풍모로 선비들을 감동시켰네.
最恨短刀難刺虜 한스럽다 짧은 칼 적을 베기 어려우니,
臨危性命海天陰 생명이 위급함에 임하여 바다 하늘도 어두웠다네.
27. 충렬사 남양인 홍명형(南陽人 洪命亨)
常行直道是洪公 떳떳하고 곧은 길이 홍명형 공이 가는 길,
殉節初心到海中 순절의 초심으로 이 섬에 들어왔네,
南樓坐對仙源哭 남문루에 마주 앉아 선원선생과 곡하고서,
一死同歸萬古忠 함께 죽어 같이 가니 만고의 충성이라
28. 충렬사 남양인 홍익한(南陽人 洪翼漢)
洪學士居尼嶽幽 홍학사는 마니산의 깊은 곳에 살았는데,
尊周大義炳春秋 주(周)왕실을 존중하니 의가 춘추의리에 빛났네.
瀋陽寒雪何堪說 심양의 눈보라를 어찌 차마 말하겠나.
赤日東方盪海流 동쪽의 붉은 해는 바다 물결에 출렁이네.
29. 충렬사 남원인(南原人) 윤계(尹棨)·윤집(尹集) 형제
高聖鄕中尹弟兄 고성골 마을에 윤씨 형제 살았는데,
春秋大義講平生 춘추의 의를 평생토록 강의했네.
南州北塞堂堂節 남쪽 고을 북쪽 변방에서 당당한 절개 지켰으니
同立常山萬古名 상산(常山)과 같이 서서 만고에 이름났네.
30. 충렬사 창원인 황일호(昌原人 黃一皓)
念昔黃公按義州 황공이 옛적에 의주를 다스릴 때를 생각하니,
胡雲常入劍頭秋 오랑캐땅 구름 밀려들고 칼끝엔 가을기운 일었네.
崔車二士同心逝 최효일과 차예량이 한마음으로 죽었으니,
鴨水空如易水流 압록강은 부질없이 역수(易水)처럼 흐르네.
31. 충렬사 연안인 이시직(延安人 李時稷)
質直好人李太常 성품 곧고 사람 좋은 이시직 선생은,
若柔心法是居剛 마음씀이 부드러웠지만 굳센 태도로 살았네.
從容一決秋霜凜 조용히 한번 결심하면 추상처럼 늠름했으니,
遺子書中摠義方 자손에 남긴 글에 의로운 말 모아 놓았네.
32. 충렬사 은진인 송시영(恩津人 宋時榮)
野隱宋公自漢城 야은 송시영 선생은 한성에서 왔는데,
下僚大義篤宗祊 하급관료로서 의를 지키고 종묘제사 돈독했네.
惟魚其捨惟熊取 목숨을 버리고 의를 취하였으니,
永訣書中字字明 유서에 남긴 글자 분명도 하여라.
33. 충렬사 진주인 강위빙(晉州人 姜謂聘)
姜公陪護到江潯 강위빙 공은 호종하고 강화에 왔는데,
白刃飜中炳赤心 흰 칼이 번득이고 충성심도 빛났도다.
斷舌斷頭雙立膝 혀 잘리고 머리 잘려도 나란히 선 두 무릎이
擎天撑地永如今 하늘 받들고 땅을 버텨 지금까지 영원하도다
34. 충렬사 연안인(延安人) 이돈오(李惇五) 이돈서(李惇叙) 형제
陪護西來李弟兄 배호하고 서쪽에 온 이씨 형제는,
一門節義倂垂名 한 문중이 절의로 함께 이름을 빛냈네.
鎭江泓水流無極 진강산 큰물은 끝없이 흐르는데,
忠孝家聲益著明 충효의 가문 명성은 더욱더 빛나는구나.
35. 충렬사 평해인 황선신(平海人 黃善身)
黃公白髮立江皐 백발의 황선신공 강 언덕에 우뚝 서서,
浪坼軍中一柱高 흩어진 군사 앞에 기둥처럼 높이 섰네.
弦斷矢虛當日節 활시위 끊기고 화살통 비어 그날로 순절했으니,
先王親見特加褒 임금님이 친히 보고 특별히 포상했네.
36. 충렬사 능성인 구원일(綾城人 具元一)
具公自有一心丹 구원일 공은 본래부터 충성심이 강했으니,
甲串千年怒激湍 갑곶나루 천년동안 격노하며 흘러가네.
雲薄天高剛正氣 구름 엷고 하늘 높은데 올바른 기운 보였으니,
手中如雪劍光寒 손에 쥔 칼날 빛이 눈처럼 차갑구나.
37. 충렬사 진주인 강흥업(晉州人 姜興業)
姜公當敵鎭天君 강흥업 공은 적을 맞아 마음을 진정시키고,
甲串津頭射朔雲 갑곶나루 앞에 나가 적을 향해 활을 쐈네.
北虜見之猶嘖嘖 오랑캐도 그걸 보고 오히려 찬탄했네,
丹心白首兩將軍 ʻ충성스런 백발의 두 장군ʼ이라고.
38. 충렬사 안동인 권순장(安東人 權順長)
望蔚賢關權別坐 성문을 지키던 권순장 별좌는,
南樓共對積硝筵 남문루에 마주 하여 화약 쌓아놓고 순절했네.
可憐是日松亭舍 애석하게도 같은 날 송정마을 그의 집에선,
婦女奴婢摠九泉 부인과 노비까지 다 함께 자결했네.
39. 충렬사 광산인 김익겸(光山人 金益謙)
詩禮家中上舍金 시문과 예법 높은 가문의 김익겸 진사가,
南城孤守朔雲侵 외로이 남쪽 성문 지키는데 오랑캐 쳐들어왔네.
捐生殉節堂堂語 몸 바쳐 순절하며 당당하게 남긴 말,
火裡江樓共一心 화염 속 남문루와 한 마음이 되었네.
40. 충렬사 김수남(金秀南)
金佐郞隨廟社來 종묘사직 강화 올 때 김 좌랑도 따라왔는데,
南樓火裡一聲雷 남문루 화염에 덮이고 우레 소리 진동했네.
以身殉國男兒事 몸을 바쳐 순국함은 남아의 뜻이니,
寄內書中臟腑開 집안에 부친 글 속에 속마음을 펼쳤다네.
41. 충렬사 여흥인 민성(驪興人 閔垶)
念昔閔公入海濱 옛적에 민성 공이 강화도에 들어왔는데,
忠貞孝烈十三人 충정과 효열 인사 13명이나 되었네.
床頭敬讀龍巖傳 책상머리에서 용암 선생 전기를 공손히 읽어보니,
知我東方砥礪身 알겠네 우리 동방의 숫돌(砥礪)이신 것을.
42. 강화부 수신(江華府 守臣)
廟社西來萬姓啼 종묘사직 서쪽 올 때 만 백성이 울었는데,
守臣何事醉眠迷 수비 신하 어이하여 술 취해서 졸았던가.
雖歸地下應多愧 지하에 묻혀서도 응당 몹시 부끄러울지니,
猶見賢兒又義妻 그래도 훌륭한 아들과 의로운 아내가 있었다네.
43. 충의혼백(忠義魂魄)
嗚呼慘矣丙丁羞 오호라 참혹하다 병자정축년 수모여,
崖海淮城此一州 바다 절벽 성을 이룬 이곳 강화 고을에는,
義魄忠魂難可數 충의로운 혼백이 셀 수 없이 많아서,
蕭條閭里盡霜秋 쓸쓸한 마을에 온통 서릿발이 서는구나.
44. 열녀절부(烈女節婦)
丁年二月一州空 정축 2월 난리 통에 모든 고을 비었으니,
烈婦爭投水火中 열부들이 다투어 물과 불에 몸 던졌네.
北虜亦驚相顧語 오랑캐도 놀라서 서로 보고 말하기를,
海東不似漢南風 조선의 풍속은 중국과는 다르구나.
45. 선원사(禪源寺)
禪源古寺問阿誰 선원사 옛 절을 누구에게 물어보나,
流水桃花處處疑 시냇물에 복사꽃 떠오는 곳곳마다 의심 가네.
寂矣半千龕月影 적막토다 오백불상 달그림자 속에 들고,
黃金銷盡碧蘿垂 황금불상 다 녹아서 푸른 덩굴 드리웠네.
46. 고성인 이암(固城人 李嵒)
杏村老相築山臺 늙은 재상 행촌 선생 산를 세웠는데,
息隱禪師共往來 선원사 식은선사130)가 친구 되어 왕래했네.
果是當年明哲計 정말로 그 당시의 명철한 뜻 있을진,
海雲堂上絶浮埃 해운당 위에는 먼지마저 끊어졌네
47. 선원리 경주정씨(仙源里 慶州鄭氏)
丹霞深鎖碧茅家 붉은 노을은 푸른 초가집을 깊이 감싸고 있는데,
鄭是山中有桂花 정씨 의 산중에는 계수나무 서있네.
花下有人來拾馥 꽃 아래 사람들이 향기 맡으러 찾아오니,
介然一路石間斜 잠깐 사이 한 줄기 길이 돌 틈 사이로 비스듬히 났네.
48. 선원리 진주유씨(仙源里 晉州柳氏)
古宅江山柳色連 옛집 있는 산과 내에 버들 빛이 연이었는데,
炳然文藻尙今傳 빛나는 글월들이 아직도 전해오네.
欲知沁府由來蹟 강화의 유래와 자취를 알고자 한다면,
先看宜蔬誌一篇 의소(宜蔬)공의 ≪강도지≫를 먼저 보아야 할 것 이네.
49. 창동(倉洞)
還踰花麓洞云倉 꽃묏부리 돌아 넘어 창리가 있는데,
大路東西列短墻 큰길 동서 편에 낮은 담장 열지어 있네.
春種秋收儲幾斛 봄에 뿌리고 가을 거두니 몇 가마나 쌓을까,
知應穡事比豊穰 농사일이 풍년임을 응당 알겠네.
50. 이정동(梨井洞)
梨井一村對府城 이정촌은 강화부성과 마주하고 있는데,
殷殷窓外午鍾鳴 창밖으로 은은히 정오 종소리 울리네.
高司馬去兒孫繼 고형규 선생 돌아가셨지만 후손들이 이어져,
淡泊生涯讀且耕 책 읽고 밭 갈며 담백하게 살고 있네.
51. 조산평(造山坪)
一平廣濶造山坪 평평하고 널따란 조산평 들판엔,
農老紛紛聽水聲 농부들이 분주하게 물을 고 있구나.
最是江都膏沃地 이곳은 강화에서 손꼽히는 옥토이니,
府城富客擲金爭 성안의 부자들이 다투어 투자하네